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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6일 재의 수요일

3월6일 [재의 수요일] 요엘 2,12-18 코린토 2서 5,20─6,2 마태오 6,1-6.16-18 <십자가가 다가올 때, 십자가 위에 매달려 계신 예수님께 우리의 시선을 고정시킵시다!> 유럽이나 남미의 가톨릭 국가들에서는 재의 수요일 하루 전날, 큰 축제를 성대하게 지냅니다. 카니발이라고도 하고 사육제(謝肉祭)라고도 합니다. 재의 수요일부터 40일간 계속되는 사순절 기간 동안에는 평소 즐겨 먹던 육식을 자제해야 하니, 기괴한 복장과 분장, 가면을 쓰고, 산더미처럼 차려 놓은 다음, 원없이 먹고 마시고 노는 조금은 웃기는 축제입니다. ‘고기여! 잘 있거라!’고 외치며 고기와 잠시 작별하는 셈입니다. 우리 한국 신자들에게는 그리 크게 와닿지 않는 축제입니다만, 우리도 또 다시 시작한 사순절을 맞아, 이 은혜롭고 특별한 시기에 걸맞는 의미있는 노력을 시작할 순간입니다. 제 지난 사순시기를 돌아보니, 매년 비슷한 후회가 반복되었습니다. 이번 사순절은 뭔가 좀 달라져야 할텐데, 뭔가 나아져야 할텐데, 하고 결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성삼일이요, 부활절이었습니다. 사순절에 걸맞는 단식이나 자선, 기도나 사랑의 실천은 손톱만큼도 못해놓고, 부활절 계란 그리기 때, 계란만 원없이 먹으면서 허탈해하던 기억, 부활성야 미사 때, 부활찬송이나 알렐루야를 노래하기가 너무 쑥스럽던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시작하면서, 여러 많은 계획들과 결심들보다는 한 가지 노력에만 좀 더 집중해볼까 합니다. 어쩔수 없는 근본적 한계와 부족함을 지닌 인간 존재로서, 일상적으로 다가오는 매일의 고통과 십자가 앞에서, 더 이상 투덜거린다거나, 주저리주저리 불평불만을 늘어놓지 않기로 결심합니다. 이번 사순 시기, 고통과 십자가가 다가올 때 마다, 다른 누군가를 바라보고 원망할 것이 아니라, 십자가 위에 매달려 계신 예수님과 시선을 맞춰봐야겠습니다. 주님의 고통에 비교하면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은 새 발의 피라고 여기면서, 너그러운 마음으로 내 십자가를 바라봐야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통과 십가자가 다가올 때 마다, 여러가지 이유로 고통받고 있는 이웃들과 깊이 연대한다는 마음으로 견뎌보도록 하겠습니다. 언젠가 제가 고통에 대해 묵상을 하다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고통이라고 해서 다 같은 형태의 고통이 아니라는 결론입니다. ‘어디서 다가온 고통인가?’ 즉 고통의 원인에 따라 크게 두 가지로 분류가 가능했습니다. 첫번째는 우리 인간 측의 잘못이나 과오, 그릇된 삶의 습관으로 인한 고통입니다. 갑자기 제가 알고 지내던 ‘껌 좀 씹던’ 한 청소년이 떠오릅니다. 안그래도 위험한 모터 사이클(오토바이)을 제발 좀 타고 다니지 말라고 해도, 절대 말을 안들었습니다. 정 타고 싶으면, 꼭 헬멧을 착용하고, 빗길이나 야간에는 가급적 타지 말고, 과속이나 급방향 전환을 절대 하지 말라고 그리도 신신당부했건만... 멋부린다고 헬멧도 쓰지 않고, 긴 머리를 휘날리며, 엄청난 소음과 클랙슨을 울리며 달립니다. 핸들도 한 손으로 잡고, 과속에, 급브레이크에, 자동차 사이를 요리조리 빠져나가면서, 그렇게 몇시간이고 달리더군요. 결과는? 대형 추돌 사고 결과, 팔다리 골절에, 전치 1년의 선고를 받고 입원할 수 밖에요. 늦게서야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부속 병원 경당으로 가서 ‘하느님도 무심하시지. 어찌 제게 이런 극심한 고통을?’하고 울부짖으니, 분명 하느님도 웃으셨을 것입니다. 이런 류의 고통은 인간 측의 과실로 인해 다가온 고통입니다. 예방이 100퍼센트 가능했던 고통이니 그 누구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가슴 크게 치며 한님의 자비를 바래야겠지요. 그러나 또 다른 류의 고통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고통입니다. 정말이지 억울하게 다가온 고통입니다. 난데 없이 돌 하나가 내 인생의 창문을 깨고 날아 들어와, 나를 울부짖게 합니다. 바로 신비로서의 고통이요, 주님께서 보내신 십자가입니다. 신비의 십자가 앞에서는 방법이 없습니다. 도망가려 하면 점점 더 커집니다. 그저 그 십자가 꼭 끌어안고, 십자가 위에 매달려 계신 주님을 바라보는 것이 유일한 처방입니다. 우선은 그 어떤 위로나 설명도 귀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어떻게 해서든 한 걸음 뒤로 멀찌기 물러서서 그 십자가를 바라보고, 좀 더 너그러운 시선으로 십자가를 바라보는 ‘긍정화 작업’이 필요합니다. 살레시오회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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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백광열

등록일2019-03-06

조회수1,0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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