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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물 받아 보셨나요?

[특별기고]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많은 것들이 필요한데 그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물입니다. 예전에는 많은 집에서 물을 끓여 먹었지만 이젠 물을 사 먹는 것이 낯설지 않습니다. 물을 돈 주고 사 먹을 것이라 생각도 못했는데 이젠 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외국에 가 보니 많은 나라들이 식당에서 물부터 요금을 받더군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 식당에서 물을 돈 주고 마시지 않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어느 순간 물이 자본의 논리 속에 녹아들고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언젠가 이름만 들어도 잘 아는 생활협동조합에서 무료로 주는 생수를 본 적이 있었습니다. 저도 어쩌다 보니 한 박스 받아서 잘 사용했습니다. ‘몸에 좋은 해양심층수, 미세플라스틱 0%, 친환경 종이팩’이라는 문구 역시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이 물을 사 마시면 자연보호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을 들게끔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 ‘공짜 물’의 스케일이 엄청 커졌습니다. 동네에서 맛보기용으로 주는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방송에 협찬하는 것은 당연하고 원하는 만큼 박스째로 가져다준다고 합니다. 한두 개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몇백 팩씩 그냥 ‘공짜’로 주는 사태에 이르렀습니다. 살면서 흔들림 없이 믿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분명히 이 물이 내 손에 거저 오는 데에는 누군가의 대가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제 질문은 시작되었습니다.

먼저 해양심층수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이미 세상을 오염시켜 놓고 내 한 몸 잘 챙기자고 바다에서 취수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가에 대한 물음이었습니다. 수면 아래 600미터의 물을 뽑아다 물과 소금을 분리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물을 취수할 때 필요한 에너지는 생각할 필요가 없는 걸까요? 과연 이것이 친환경적인 방법인지에 대한 의문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가졌던 결정적인 의문은 이 물을 옮기는 문제입니다. 해당 생활협동조합의 주요 거점은 전라남도 구례와 충청북도 괴산입니다. 그리고 그 물의 수원지는 강원도 고성이라고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 생협은 자신들의 조합원이 먹는 음료와 모든 가공식품의 물을 이 물로 쓴다고 하는데 이 물을 옮길 때 화물차가 필요하겠지요. 울산 어느 동네에 사는 저에게까지 무료로 준다는 물이니 얼마나 물의 양이 엄청나겠습니까? 이 엄청난 물의 양을 탱크로리에 실어서 강원도에서 구례와 괴산으로 옮길 때 사용될 화물차. 그리고 거기서 나오는 탄소들. 우리에게 도착할 그 물만 친환경적이면 되는 것일까요?

(이미지 출처 = Pixnio)
(이미지 출처 = Pixnio)

그리고 종이팩 생수라는 말에도 의문을 던지게 됩니다. 종이는 그냥 아무런 에너지와 탄소가 없이 뚝딱 만들어지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 멸균팩은 우유를 담는 살균팩과는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멸균팩은 알루미늄 성분 때문에 재활용 효율이 떨어져 일반쓰레기로 분류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물을 판매하는 생협에서는 자신들의 매장에 오면 이것을 포인트 등으로 교환해 준다고 하지만 일반 시민들에게 그 접근성이 쉬울까요? 이것마저 상술이라고 생각한다면 너무 세속적인 생각일까요? 그 매장이 동네마다 있는 것도 아니고 어떻게 보면 이 제도 역시 그 조합원들만의 위한 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이 ‘영업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는 당연해 보입니다.

교회는 물 분배는 공적인 영역에 속한다고 가르칩니다. “물은 공공의 선으로 여겨지므로 물 분배는 전통적으로 공공 기관의 책임에 속한다. 물 분배를 민간 영역에 맡기더라도 물은 계속해서 공공의 선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물에 대한 권리는 모든 인간 권리와 마찬가지로 인간 존엄에 그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지 물을 경제적 효용 가치로만 여기는 단순한 양적 평가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다.”("간추린 사회교리" 485항) 교회의 이런 가르침은 물이 경제적 이해관계에 놓여 있어서는 안됨을 알려줍니다.

이 물이 분배되는 과정도 한번 생각해 볼 만합니다. 택배 노동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업무 중에 하나가 바로 생수 배달이라고 합니다. 이 물이 동네 여기저기 무료로 뿌려진다고 할 때 누군가는 큰 고통을 겪습니다. 그리고 이 물을 포장하고 옮기는 비용도 분명 누군가의 몫이겠지요. "재화의 보편적 목적이라는 원리는 성경에서 정화(시편 50[51],4; 요한 13,8)와 생명(요한 3,5; 갈라 3,27)의 상징으로 여겨지고 있는 물에도 당연히 적용된다."("간추린 사회교리" 484항) 이러한 교회의 가르침은 물이 단순히 어느 특정한 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사고파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환경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이를 이용해 돈을 벌려는 시도들도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요즘입니다. ‘그린워싱’(greenwashing)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해당 생협의 이러한 행위가 이 그린워싱이 아니길 간절히 소망해 봅니다. 애당초 물을 상품화시키는 것 자체가 친환경과 거리가 먼 행위임을 우리가 알아야겠지요. 주전자에 물 끓여 먹던 그 시절이 새삼 그립습니다.

유상우 신부(광헌아우구스티노)

천주교 부산교구 사제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http://www.catholic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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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김석준

등록일2022-01-14

조회수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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